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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프롬 리뷰: 이 시대 사회인을 위한 영화1일 1포스팅 잡설 2020. 12. 6. 12:40
'불확정성 원리' 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이 개입하거나 관찰을 시도할 경우, 그 대상의 미래는 뒤죽박죽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게서 '예정된' 결과를 받으려면 역설적으로 그들을 냅두어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그 대상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상에 대해 개입하는 것이 문제될 수 있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부모/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인간이라는 동물은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부분이 강하다면, 실제 존재하는 인간이란 무엇일까? 후천적 노력의 가치는?
영화 <더 프롬>은 위 질문에 대한 답을 감독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낸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라라랜드' 같은 뮤지컬 영화다. 음악과 춤, 가사들이 이 영화를 이끄는 핵심 소구다. 발연기 + 대사로 관객들을 억지감동 시키기 보다, 비언어적 감각을 극대화시켜 사람들이 자연스레 빠져들게끔 유도하는 게 이런 영화의 핵심 내공. 각각의 음악들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음악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 <더 프롬>은 각종 인물들 간의 대립구도를 쉴새없이 보여주고, 때로는 영화연기 본연의 모습으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해 제각기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주연 4인방. 그들이 각자 무언가를 얻기위해 행동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레 변해가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평면적으로 보이던 각 인물 및 그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인간적인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소구활용 또한 아주 매력적이다. 법정을 연상시키는 '학부모 협의회' 의 권위적이고 전통적인 모습, 교장실의 살짝 열려있는 출입문, 대형마트 중앙광장 천장에 걸려있는 십자가 등이 시기적절하게 포커싱된다. 예를 들면..
*영화 초반부에서 시작되는 "누구도 나르시스트를 좋아하지 않아."
*영화 초중반부에 나오는 호텔 프론트 에피소드 씬
*영화 중반부에 나오는 인물간의 내외적 갈등 씬
*영화 중후반부를 관통하는 대사 'LOVE YOUR NEIGHBOR' 및 '새파란 십자가'
*영화 극후반부에서 나오는, 이기적 유전자의 건전한 승화
각 파트 별로 감독이 던져주는 질문이 모두 제각각이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초반부 / 초중반부 / 중반부 / 중후반부 / 극후반부 각각에 대해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나의 경우 초반부에는 다소 억지스런 전개에 불쾌함을 느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180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소재가 동성애일 뿐,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성애를 사랑하라' 는 따위의 표면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
물론 아쉬운 점 또한 명확하다. 하나는 굳이 그 코드를 동성애로 잡아야 했을까에 대한 부분. 현재 일어나는 동성애 운동을 다소 미화하려 애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위 소재는 어떤 사람들에게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기에 점진적으로 찬찬히 접근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영화가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코드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식이 내게는 너무 급진적이었던 게 아쉽다. (그들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내 주변에는 동성애자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어른들의 사정' 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지 않은 부분. 기본적으로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를 토대로 어른들의 사정을 풀어내려 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회인이란 책임이라는 멍에를 끼는 존재들이고, 이를 즐기려면 본인들의 욕망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 부분에 대한 전개가 아주 노골적으로 적나라하게 묘사된 점은 마음에 들었다. 영화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니까.
* 하긴 12세 이용가 판정을 받은 영화인데, 느와르적 DEEP DARK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색할듯..
"도대체 왜 꿈이 없을까."
"아니아니, 왜 꿈이 안 이루어질까."
"저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어른을 보며 이해하지 못 하는 것에 대해 한 어린이가 내린 말이다. 위 말이 이 시대 사회인에게 시사하는 바와 그 정도는 각자 다를 것이다. 분명한 건, 사회인들은 어린이의 그 동심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점.
나는 그런 동심의 상실이 '호기심 부재' 에 있다고 본다. 주변에서 그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기조차 버거워한다. 텍스트를 읽지 않고 '댓글 반응' 만을 살펴보며,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한다. 일상 생활 그 자체에서 부터 무기력감을 느끼고 그렇게 월급의 노예로 살아간다.
물론 우리 인간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게 90% 이상이다. 따라서 '나도 하는데 넌 왜 못해' 라며 강요할 수는 없다. 천재는 범인의 교사가 될 수 없다고 하는 게 이런부분 아니겠나. 오히려 타고난 것을 억지로 극복하려다 보면 가랑이 찢어진다.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지는 삶도 누군가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본인의 선천적 부분을 발현할 수도 있다.
삶이란 그렇게 사는 것 아닐까. 상황에 맞게 변해가고 최선을 다하며, 내 유전자의 발현이 이어지도록 그 과정을 즐기는. 정답 따위는 없다. 오히려 정답을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과 독선이겠지.
그래서 영화 <더 프롬> 은 더 매력적이다. 순간 관람객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제각기 다른 후기와 생각, 결론이 도출될 수 있으니까. 정답은 없다. 이 영화의 가치는 그저 즐긴 뒤, 함께한 사람과 영화관련 이야기를 흠뻑 나누는 데에 있으니까.
이 영화를 통해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적어도 나는 상대에게 어떤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기대하거나, 절대적인 명령을 강요하지 않기를
-실존하는 개인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그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유전자가 시키는 바를 따르되, 그 기저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찾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할 수 있기를
-두려움에 절어 현재를 버티지는 않기를. 하루하루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한걸음씩 더 나아갈 수 있기를.
영화 <더프롬>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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