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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 리뷰1일 1포스팅 잡설 2021. 3. 12. 01:43
우리는 지금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공부를 하든, 직장을 다니든 심지어 놀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각자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있고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간다. 때로는 거기에 미쳐서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하고, 시도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본인이 즐거우면 그만인거지.
그런데 가끔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 대한 미련. 미래에 대한 걱정.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 등. '생각'을 통해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사서 고생하는 이들의 행태를 보면 가끔은 깊은 연민이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도시에 사는 1인가구라면 더욱 그러할지도.
'이렇게 사는 삶이 의미가 있을까? 다 아는 것들인데'
'너 그런일 하라고 20년 내내 공부시킨 줄 아니?'
한번 쯤 위와같은 말 들어봤다면 집중하시라.
영화 [소울] 은 그런 사람들을 저격한 영화니까. 아마 힐링으로 제격일거다.
리뷰 시작한다.
※들어가기 앞서
일부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않는 사람은 '뒤로가기' 를 누르시라.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논쟁은 시대를 막론하고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누군가는 종교에의 귀의를, 누군가는 깨달음 또는 유희를 추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삶 자체를 무언가와 거래하려 들었다는 점.
그런데 거래는 기본적으로 '상품화' 된 것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상품화의 기준은 '시장' 마다 다르다. 요컨대 어떤 곳에서는 손톱이 다이아몬드처럼 대우받을 수 있지만, 이곳 사람사는 곳에서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쓰레기' 에 불과한 손톱을 보고 있지만, 이 우주 어디에서는 우리 손톱이 엄청나게 대우받을 수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겠지 그건 미지의 세계니까. 그 미지의 세계가 어디있냐고? 영화 [소울] 에는 나온다.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이 우주 전체에서 얼마나 작고 미미한 티끌인지.
태어나기 전 세상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있다. 이 영혼들은 '카운슬러' 의 인도에 따라 특정 성격을 타고난다. 그리고 그건 직접 해보면서 발견하는 것이다. 각자의 기질과 소질, 성격 등이 완성되고 '스파크' 마저 확보되면 지구로 보내진다.
특이사항이 있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경험하는 것들은, 실제 지구에서 경험하는 것에 비하면 세발의 피라는 점. 막상 지구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어디서도 겪을 수 없는 것들이다.
영화 속 '22호' 는 모든 것을 깨우쳐버린 염세주의자 영혼으로 나오지만, 정작 22호에게 스파크를 쥐어준 건 지구에서의 사소한 일상이었다. 어찌보면 너무나 사소해서 일개 '이론' 따위로 정리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무언가. 그게 22호에게는 그토록 감동적이고 가치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저 살아가는 것일 뿐인데도.
사실 영화의 줄거리 자체는 뻔하다. '조' 와 '22호' 가 삶의 의미를 깨닫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즐겁게 삶을 산다는 것. 줄거리만 놓고 보았을 때, 분명 이 영화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너무 식상하잖나.
그렇지만 어느새 그저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된 자들에게는, 어쩌면 이 영화가 큰 울림을 주지 않을까 싶다. 왜 그런 말도 있지않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방향을 끊임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잡아가면서, 그 여정을 즐기는 것이 인생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바다라고. 행복이라고. 무언가 목표를 달성하면 엄청난 행복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과정에 있다고.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에 대한 부분을 모른다. 그저 삶을 살라는 말만 들을 뿐. 밥값을 벌어야 하니 일을 하고. 남들 다 취직하려고 공부하니 나도 공부하고. 그게 삶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대로 생각한다.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 이 영화는 '어떻게' 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 딱 좋은 영화다. 일상 속에서 어떻게 물고기를 잡는지 그 사례를 아주 잘 드러내고 있기에.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영화를 개인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싶은 개인사업자들. 과감한 결단과 용기로 삶을 일구어가는 개인사업자들의 일상은 독특하다. 평범한 직장인들과는 삶의 결이 전혀 다르다. 하루하루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하루를 살아가며, 내가일군 모든 것이 한번에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고 살아간다. 행복이 무엇인지 긴가민가 하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들에게도 해당되겠지..)
비평꺼리도 분명 존재한다.
하나는 뻔한 클리셰들의 부담스런 전개.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주장 및 지지유도는 이런 영화에서 단골 멘트다. '난 이런 일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껴요!' 이런 대사가 나올때면 '아들/딸아..' 이러는 리액션 대사. 뻔하디 뻔하다. 영화의 소재와 주제를 위해 너무많은 메시지를 억지로 때려박으려한 게 아닐까 싶음.
또다른 하나는 디테일한 인물역할 부재. '카운셀러' 로 나오는 조물주는 선과 악의 경계에 서있는 모호한 절대자다. 작중인물 조와 22호는 절대자의 손아귀에 벗어나려 시도한 '탈옥수' 인데, 이들에 대한 본보기/부정적 스탠스가 없다. 카운셀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영화를 보는 중 몰입감이 더 커졌을텐데.
백번 양보해서 해당 부분은 18세 이상에 해당될 수 있기에 오케이. 그렇다 해도 인물이 너무 다들 평면적이다.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묘사가 없다. 특정 장면을 보면서 여운을 느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없다. 제작진도 이걸 알았는지 초반에 미니영화를 짤막하게 넣어두긴 했다만 글쎄. 오히려 임팩트는 이 미니영화가 더 컸던 거 같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들 보라. 똑같은 애니메이션이고 기술력은 30년 전의 그것이다.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그려가면서 만든 영화다. 그것보다는 덜 수고롭게 만든 영화 아닌가? 변명의 여지가 없음.
정리하자면
영화 [소울] 은 잘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다. 전체 이용가 영화이지만 이시대 도시생활에 찌든 성인들이 가서 보기에도 훌륭하다. 애니메이션 보면서 눈물 거의 안흘리는데, [소울] 보면서 약간 시큰했다. 특히 22호의 후반부 모습 그리고 그걸 진심어리게 풀어가는 조의 모습은 지금 나에게 많은 생각꺼리들을 남겨주었고.
어깨에 짊어진 그 무게. 이제는 덜어내 보자. 우리 모두는 여행자 아닌가.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주변을 돕고 베풀며 즐기고 살자. 그 순간순간이 모여 행복이 되고 인생의 즐거움이 될 테니. 물론, 생각대로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도 하면서 :)
영화 [소울]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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